인터뷰 ① 김완선

10대의 ‘K마돈나’가 어느덧 50대 자유를 찾는 일곱 빛깔 무지개 디바

글 : 이일섭   |   사진 : 양수열   |   장소 협찬 : SALA1220

댄싱퀸 김완선이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발표하며 한창 시절의 볼륨감을 뛰어넘는 그녀만의 음악세계를 부활시키고 있다. 과거로만 존재하지 않는 현재형의 가수가 되기 위해 중단 없이 달려온 댄스 디바 김완선의 새 음악세계와 건강한 일상을 만나본다.
데뷔 35주년 맞아 새 앨범 발표

데뷔 35주년을 맞는 한국 댄스 뮤직의 레전드 김완선. 아무런 예열 없이 무대로 뛰어들어 리드미컬한 디스코 비트에 몸을 실으며 뿌려내던 비음과 날카로운 음색은 청중을 감전시키는 고압전류에 비유되곤 했다. 노래를 표현해 내는 댄스 파워가 ‘마돈나’ 급이었던 그녀는 우리에게 ‘듣는 노래’가 아닌 ‘보는 노래’의 매력을 일깨우며 수많은 센세이셔널을 만들어내곤 했다.

올해로 쉰한 살, 35년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며 발표한 앨범 <2020 김완선>은 그녀의 건재함을 증명함과 동시에 김완선만의 음악적 특성을 분명하게 인식시킨다. 타이틀곡인 모던 스윙 ‘Yellow’와 비트 일렉트로니카 ‘High Heels’는 더 성숙해지고 그래서 더 담백하게 다가오는 그녀만의 그루브를 확인하게 하는 특별한 노래들이다. 그간의 강한 비트가 부드러운 리듬으로 진화돼 공기 방울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떠오르는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그녀가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에 매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늘 새로움을 거듭하며 동시대의 가수로 존재하고 싶은 것이다. 

<2020 김완선>은 그간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 보는 기념비적인 앨범이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수놓던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히트곡은 들어 있지 않다. 지난해 에버랜드를 더 들썩이게 했던 할로윈데이 뮤직비디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트랙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 노래 외엔 2011년부터 매년 발표해 온 싱글들이 대부분이다. ‘심장이 기억해’ ‘It’s You’ ‘Oz on the Moon’ 등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곡이지만 그녀가 직접 프로듀싱한 ‘김완선 음악’의 큰 줄기에 해당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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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의 기억보다는
현재의 김완선이 더 중요


가수 김완선은 자신의 활동 범위가 과거에 묶여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순간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얘기할 때마다 갈증과 조바심을 느끼곤 한다.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새로운 음악을 내놓고 있는데 사람들은 오늘의 그녀 음악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달라진 그녀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청중이 원하는 김완선이 되기보단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수가 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음악과 인생을 더는 양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젠 잊기로 해요’라는 그녀의 리메이크곡이 있다. 자신의 히트곡 중 유독 애착을 두고 있는 이 발라드의 가사 내용처럼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옛 노래와 그 무렵의 모습을 그만 잊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새 히트곡이 탄생할 수 있고 음악적 성숙과 연륜의 깊이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리듬 속에 그 춤을’에 열광하는데 왜 그 노래를 더는 부르고 싶어하지 않나.
“열일곱 살에 그 노래를 불렀다. 이제 쉰한 살이 됐고 30년도 넘는 갭이 생겼다. 분명한 건 그때의 김완선과 지금의 김완선은 생물학적으론 같을 수 있지만 정서적으론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 열일곱의 김완선으로 살아주기를 강요받는 일, 이젠 부담이고 또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지겹다.”  

그래도 여전히 그 시절만큼 젊고 건강하지 않나. 팬들의 요구가 쉽게 늙지 않는 자극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사람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시간을 거스르기보단 지금을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건강에도 좋은 법이다. 나의 모토는 자유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내 뜻대로 지금과 미래를 헤쳐가고 싶다.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도 10년 동안 쉬지 않고 신곡을 발표한 이유는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그건 결국 자유롭게 살겠다는 내 의지다.”

오늘 점심엔 무얼 먹었나.
“집에서 햇반과 3분 카레를 데워 대강 먹었다. 매콤한 베트남 요리를 가장 좋아하지만 집에선 대개 이런 간편식이 대부분이다. 배달음식이 대세라지만 한 번도 주문을 해서 먹어본 적은 없다. 모르는 사람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받아드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져서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배추를 사다 소금에 절이고 수육을 만들어서 새우젓까지 곁들이는 손이 가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여전히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많은 스케줄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달라.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무리가 되지 않게 일정을 조정하고 되도록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집에서 대단하게 힐링을 하는 건 아니고 낮잠을 자든 라면을 끓여 먹든 바깥 세계와 거리를 둬 복잡하지 않게 지내는 걸 즐긴다. 얼마 전에 MRI 촬영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주 깨끗한 뇌를 갖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내 생활 방식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흐뭇해했다.”

김완선의 삶을 색깔로 규정한다면? 이번 신보의 타이틀곡처럼 노란색?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만만치 않은 굴곡도 있었으니까 단색으론 커버가 안 될 것 같다. 총천연색이 등장하는 무지개색이 어떨까 싶다. 화려해 보이지만 난코스의 연속에 스산하기까지 했던 내 삶을 색으로 정의해 보니 나름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에선 그 어떤 일도 안 일어나는 것본단 일어나서 다 경험하는 게 좋다는 엄마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노래가 좋지만 가수로 사는 일이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는 방송국이 KBS와 MBC뿐이었지만 TV를 켜면 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채널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랜선에 능란한 젊은 층이 그 일을 즐겨하다 보니 음악의 감도를 그들에게 맞추어야 하는데 나는 점점 노땅이 돼 가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한계와 그 갭을 메우는 시스템의 부재 앞에서 한숨을 쉴 때가 많다. 음악을 만드는 일도 어렵지만 만든 음악을 어떻게 유통시키는가가 요즘의 내 최대 고민이다.”
 
그래도 늘 매사를 긍정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긍정보다는 그냥 인내하거나 체념하는 쪽에 가까웠다. 정말 너무나 많은 걸 참기만 해서 내 인생 절반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는데 그건 잘못된 거다. 지금은 조율하는 법도 알게 됐고 내 의사를 무시하는 상대에겐 화를 낼 수 있을 만큼 분명해졌는데 민망해하는 상대의 얼굴을 보면 그냥 참을 걸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도 상대를 위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건 좋은 거다. 건강한 대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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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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