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체조 레전드 여홍철

축구 이어 농구에도 도전 ‘도마의 신’ 변신에는 한계가 없다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글 : 이경호

여홍철. 작은 체구의 그가 축구장에서 펼쳐 보이는 막무가내의 의욕과 감각적인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사람은 열정을 잃지 않는 한 한창 시절의 힘과 재기(才氣)를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를 통해 체조 레전드의 영예를 더욱 빛나게 하는 그의 내공을 확인해 본다.
먼저 날렵한 에이스 여홍철이 활약 중인 ‘어쩌다FC’의 회생에 대해 살펴봐야겠다. 지난 1월 17일 방송엔 ‘JTBC배 뭉쳐야 찬다 축구대회’ 8강전이 치러졌다. 승리하면 4강 진출, 패배하면 탈락과 동시에 시즌 1도 종영을 맞는 벼랑 끝의 승부. ‘어쩌다FC’는 ‘서울시의사축구단’의 타격 능력에 시종일관 눌리다 경기 종료 직전 연속골에 힘입어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 일요일 밤을 전율과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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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도마 실연 장면과 은메달 수상 신. 기대했던 금메달을 놓쳐 진한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둘째 서정이 그의 계보를 잇고 있어 여홍철은 도리어 좋은 계기가 됐다고 얘기한다.

 


8강전 승부차기 결승골 수훈 

모태범·이용대·이형택·이대훈·여홍철이 승부차기 라인에 서서 먹고 먹히는 접전 양상을 만들어냈다. 강심장 안정환 감독마저 경기를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 미드필더 여홍철이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어쩌다FC’의 4강행을 만들어냈다. ‘축구화를 벗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끈기와 집념으로 8강전의 승리자가 된 것이다. 전설들과 시청자들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 경기에 크게 환호했다. 골키퍼 김동현은 눈물이 그렁그렁하기까지 했으며 골게터 이대훈도 승리의 허슬을 내보이며 ‘어쩌다FC’의 4강 진출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주역들을 조기축구계의 전설로 거듭나게 한 ‘어쩌다FC’의 명승부에서 우리는 도마(跳馬)를 짚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세 바퀴를 회전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도마를 향해 질주해 도약과 연기, 착지까지 4초의 시간 동안 인간의 신체가 얼마나 높고 멀리 날아오르는지를 보여주던 그가 이제는 악발이 같은 축구선수로 변신해 우리에게 새로운 감흥을 가져다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은메달리스트이며 ‘여(Yeo)1’ ‘여(Yeo)2’ 등 한국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건 고난도 기술을 세계 체조계에 등재한 도마의 귀재에게 축구장은 새로운 도전의 장이자 난코스의 연속이었다. 힘차게 뛰어올라 허공에서 세 바퀴를 돌고도 가뿐하게 내려서던 그가 잔디 위에선 넘어지거나 쓰러지기 일쑤였으며 의욕 과다로 ‘오프사이드의 왕’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더구나 부족한 예능감 탓에 그는 늘 화면의 뒤쪽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축구를 좀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상대의 화력을 순식간에 눌러버리는 천부적인 수비수이며 기동력과 자신감을 갖춘 그의 투지 넘치는 경기력이 없었다면 ‘어쩌다FC’의 4강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최선을 다해 뛰지 않는 이형택에게 화를 내고 말만 앞서는 이만기에게 불만을 표출해 감독에게 평정심에 관한 조언을 듣기도 했지만 예능 축구라 해도 사력을 다해 뛰어야만 하는 이유가 그에겐 있다. 거듭 경기에서 지면 시청률은 하락하게 되고 그것으로 ‘뭉찬팀’의 운명도 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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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쏜다>에선 포인트 가드로

이제 스포츠 레전드 예능 <뭉쳐야 찬다>는 축구에서 농구로 종목을 변경해 <뭉쳐야 쏜다>로 시즌2를 이어가게 된다. 여홍철을 비롯해 1년 반 동안 ‘뭉찬팀’의 레이스를 이끌던 멤버 대부분이 이젠 농구선수로 변신해 탁월한 자신들의 운동능력을 바스킷을 향해 던질 차례가 왔다. 여홍철에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164cm의 단신인 그가 높이 싸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막강한 승부사의 기질을 또다시 보일 것이다. 상대의 턴오버를 만들어내는 자물쇠 수비와 위협적인 돌파력을 내보이며 ‘쏜다’팀의 포인트 가드가 될 수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

‘어쩌다FC’에서의 1년 반 동안의 활동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20여 년 전의 현역 시절 못지않은 건강을 회복했다. 그간 숨이 턱까지 차도록 뛰는 일의 즐거움을 잊고 있었는데 훈련과 게임이 내 질주 본능과 승부욕을 일깨우며 본연의 내 모습과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 젊은 날보다 더 건강해진 셈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뛰는데도 개런티 수준은 그렇지 못한 점을 알았을 때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불평등은 프로 세계의 생리이고 난 방송시장의 셀러브리티가 아니니 이해도 된다.” 

‘뭉찬팀’ 레전드 중 현역 시절의 신체 사이즈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갖고 있다.  
“술을 못 마시는 체질 덕분이다. 또 음식에 대한 절제, 체중관리를 위한 다이어트가 몸에 밴 이유도 있다. 지금도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명치 아래 배 위로 손바닥을 올려놔 본다. 손등의 높이가 가슴과 일치하지 않으면 다음 날엔 운동량을 늘리고 식사량도 반으로 줄인다.”    

초반의 고전을 극복하고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그 동력이 무어라 생각하나. 
“집중력인 것 같다. 4초 안에 가능한 한 빨리 뛰고 높이 올라서 멀리 날아가야 하는 도마 연기를 해내려면 허공에서 몸을 틀면서도 발가락에 힘을 넣는 타이밍까지 다 계산이 돼야 한다. 4년간 고심하고 단련한 내용을 4초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셈인데 그런 몰입이 아무런 경험도 지식도 없는 축구를 잘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하나에만 집중해서 그 주변과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즐기는 보양식은 무언가. 
“특별히 찾는 음식이나 보양식은 없다. TV에서 체조선수들이 체중감량을 위해 토마토와 셀러리만 먹는 장면을 봤는데 과중한 운동량을 견디려면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섭취는 필수다. 현역 시절엔 우유를 많은 마시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우유보다 생수를 더 찾는다. 뭉찬팀 멤버 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물을 마시는 편이다. 물을 마시면 우선 속이 시원해져서 좋고 머리도 한결 맑아진다.”

오랜만에 스포츠를 직업으로 하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운동선수만의 고유성, 개성을 재확인했을 것 같다.  
“그런 건 없다. 운동선수는 단순하고 화끈하고 순진하다는 식의 견해는 사회의 편견일 뿐이다. 다들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으며 내성적이며 예민한 구석도 있다. 전지훈련차 지방으로 내려갈 땐 버스 안에서의 상황을 촬영하기 위해 함께 내려가지만 훈련이 끝나면 매니저들이 밴과 세단으로 서울 복귀를 돕는다. 산악구보, 타이어 끌기 등으로 많이 지친 상태지만 태워달라는 말 한마디 못 하고 혼자 버스터미널로 향할 때도 있다. 남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주변머리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게 나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에 혼자 웃고 만다.” 

올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무언가. 
“딸 서정이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도마 메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려면 코로나19가 먼저 종식돼야 하는데 이건 꼭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지난 한 해는 학교 강의가 대부분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 졌다. 신입생들은 <뭉쳐야 찬다>도 안 보는지 나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명색이 교수인 나를 단순한 유튜버로 대하는데 서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국이 그렇게 만든 걸 어쩌겠는가. 강의실과 연습동에서 직접 만나고 부대끼면 내가 후배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선배라는 걸 알아줄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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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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