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소피의 세계>에 이은 가아더의 신작… 영혼과 언어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꼭두각시 조종사

요슈타인 가아더 작 |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발간 | 1만 5000원

 

방대한 서양 철학을 독특한 소설 구조 속에 녹여낸 <소피의 세계>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요슈타인 가아더의 신작 장편소설 <꼭두각시 조종사>가 출간됐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철학, 역사, 종교,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소설화한 저자는 노년의 언어학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유럽 언어의 뿌리인 ‘인도유럽어족’을 탐구하며 그의 인생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정교한 내러티브와 메타픽션 구조로 짜인 가아더의 소설은 등장인물이 어떤 사건과 맞닥뜨리면서 자아와 세계에 대한 성찰을 이뤄내는지를 보여준다. 난해하면서도 유머가 잔존하는 그의 이야기는 읽는 즐거움과 함께 사유의 폭을 넓히는 독서가 되곤 한다.   

 

60대의 언어학자, 야코브 야콥센은 신문의 부고면에 나온 장례식을 어김없이 찾아간다. 고인과의 추억을 풀어내는 야코브의 유려한 말솜씨에 주위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만, 장례식이 끝나면 그는 또다시 홀로 남는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외로운 삶에서 그와 함께해주는 이는 오랜 벗 펠레뿐이다. 

 

일생을 외롭게 살아온 야코브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다. 늘 대가족의 삶을 갈망한 그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통해 고인에 대한 애도를 전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무리에 섞이고자 한다. 이와 같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이야기와 유구한 언어의 역사 속에서 소속감을 찾는 언어학자의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삶의 고백은, 수천 년에 걸친 언어의 세계와 맞물리면서 한 존재의 광활한 뿌리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언어를 둘러싼 철학적인 피카레스크식 소설은 새로운 러브스토리로 가득한 요슈타인 가아더의 가장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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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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