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또 다른 삶으로 가는 여정, <환승>…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소설 10권’의 역량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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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레이첼 커스크 지음 |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1만5,500원

 

<환승>은 읽는 동안은 마치 잠자리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요구하는 아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작품은 레이첼 커스크의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페미니스트적인 작품이다. 그녀의 대표 시리즈인 ‘윤곽 3부작’ 중 제2권인 <환승>은 한 삶에서 다른 삶으로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과 이혼한 화자는 두 아들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해 정착하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점차 어그러진다. 혼자가 된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회피했던 삶에 맞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것이 음모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녀가 처한 상황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런던 한복판에서 1년 남짓 함께 살았던 옛 애인과 마주치는가 하면, 입주할 집의 아래층에 사는 부부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집수리를 방해한다. 설상가상으로 북콘서트에 강연자로 참석한 날엔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전남편과 함께 있는 큰아들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울먹인다. 

 

그러나 계획과 어긋난 삶을 사는 건 화자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삶에 갑자기 튀어나와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주변 인물들도 삶을 계획하고 미래를 통제하려 하지만 그런 시도 또한 늘 좌절되고 만다. 

 

특별한 사건도 독특한 문장도 없는 이 소설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레이첼 커스크가 작품 안에서 조금씩 천천히 자신만의 거대한 탑을 쌓아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모여 마지막 장에서는 깊은 사유를 만들어낸다. 담백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생각이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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