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은가은

폭발적 가창력의 트로트 엘사
노래로 희망 전하는 은가은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엘사’라는 애칭답게 청량한 고음이 특징이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은가은을 우여곡절이 많은 ‘생존왕’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부침(浮沈)을 콘셉트로 하는 <미스트롯2>에서 롤러코스터 이상의 아찔한 급경사와 난코스를 질주하며 톱7에 안착했으니 그녀야말로 진정한 <미스트롯2>의 주역이 아닐까 싶다.

취재협조 Lean Br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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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한 출세작 <미스트롯2>

 

은가은이 김연자의 ‘블링블링’을 출중한 성량에 절도 있는 안무를 곁들여 노래하며 <내딸하자>의 최종회 스페셜인 ‘언택트 땡큐 콘서트’를 감동의 무대로 이끌었다. 부모님처럼 따스한 분들을 만나 좋은 노래를 부르고 흥겨운 춤을 추며 행복한 순간을 이어갔던 4개월여의 제작 기간을 통해 그녀는 새삼 ‘사람’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됐다. 오랜 무명 기간 동안 부와 명예가 삶의 중요한 요소라 여겼지만 그건 결핍에서 비롯된 왜곡된 욕구의 분출이었음을 알게 됐다. 자신을 진정으로 염려하고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더는 자신이 세운 벽에 갇혀 지내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뜻대로 안 된다고 숨기보단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며 다가서면 좀 더 좋은 과정과 결과가 이어진다는 것을 <미스트롯2>의 경연 과정과 효 버라이어티 예능 <내딸하자>에 참여하며 깨닫게 된 것이다.   

 

인형처럼 고운 얼굴에 마르고 가녀린 체구지만 폭발음에 가까운 고성을 뿜어내며 TV조선 <미스트롯2>의 톱7에 오른 은가은(35·본명 김지은)은 노래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미스트롯2>의 힘겹고 영예로웠던 과정을 떠올린다. 

 

“음악에 대해 저만큼의 경험과 열정이 있는 참가자가 있을까 싶었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미스트롯2>에 모인 실력자들의 면면에 작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부족한 내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어요. 사력을 다해 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포장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마스터들과 언택트 평가단은 그런 저를 꿰뚫어 보며 휘청거리게 만들었죠. 무대마다 절망을 해야 했고, 바닥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으니까요. ‘불사조’ ‘좀비’ ‘생존여왕’이라는 별명은 그때 생겨났어요. 본선에선 모두 탈락 직전에 추가 합격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고 패자부활전의 행운이 없었다면 결선 라운드엔 오를 수가 없었죠. 그랬던 제가 톱7까지 오르다니, 솔직히 제가 가진 운은 그때 다 소진된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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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1 ‘은지영지’ 걸스의 환한 미소. (사진 좌측부터)眞 양지은·톱5 김의영·톱7 은가은· 善 홍지윤이 STATV ‘아이돌리그’ 출격에 앞서 우애와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2 김해가 고향인 그녀가 열렬히 응원하는 팀은 NC다이노스. 3 은가은의 부캐는 상냥하고 다정한 라디오 DJ. 지난 6월부터 BTN라디오에서 <은가은의 티키타카>를 진행하며 청취자들과의 소통에 전념하고 있다.

 

우연을 가장한 거대한 운명이 만든 이름 은가은

 

경남 김해가 고향인 그녀는 스물한 살이 되던 2007년, MBC 신인가수 선발 프로그램인 ‘쇼바이벌’의 우승자가 되며 데뷔를 했다. 하지만 연습생 시절은 그 후로도 8년이나 지속됐다. 마침내 2014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인 ‘렛잇고(Let It Go)’를 부른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프로 가수의 반열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그러나 ‘고음 여신’ ‘엘사 언니’로 불리며 호평을 얻는 것에 만족하기보단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것에 도전하며 새로운 무명의 시간을 선택하게 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의 싱글을 발표하고 새로운 장르인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며 가창력과 가능성을 겸비한 가수라는 레테르를 얻기 위한 모험과 실험을 거듭해 나갔다.  

 

성악을 기반으로 하는 그녀 본래의 장르인 발라드는 힙합과 록, 댄스와 재즈, 뮤지컬 보컬이 더해지면서 그 폭과 깊이가 상당해졌고 김장훈, 임재범, 나얼 등과의 작업을 통해 성숙하고 진일보된 발라드 여신의 파워를 획득하게 됐다. 음색은 여리지만 성악으로 보완된 출중한 성량과 깊은 울림은 이선희에 비유되며 매끄럽게 퍼지는 고음에 이은 부드러운 끝마무리는 그녀만의 개성으로 평가되곤 한다. 추가합격과 패자부활전 등 힘겨운 살아남기를 통해 획득한 톱7이지만 우여곡절과 위기를 너끈히 다스리며 <미스트롯2>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는 내공을 오래전에 갖춘 셈이다. 생소리에서 비롯되는 맑은 고음과 청량함이 강점이던 그녀의 창법에 꺾고 끌며 간드러지게 리듬을 모는 트로트 창법이 배어 있는 것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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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을 꼽는다면.

“단연 노래다. 어렸을 땐 내 꿈이 무언지도, 또 그것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조차 안 했다. 집에 텔레비전도 없어서 친구들이 얘기하는 HOT가 누군지, 핑클이 무언지도 모르며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중학교에 올라가 특별활동 시간에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수업을 하게 됐다. <토스카(TOSCA)>의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이란 곡인데 어린 시절부터 즐겨 듣던 조수미 선생님의 레코드 속 음색을 음악 선생님의 연주에 맞춰 따라해 보는 순간이었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내 음역에 놀랐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나였다. 내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게, 그리고 이토록 기쁜 순간이 있다는 게 놀라워 반쯤 정신이 나가고 말았다. 그 순간부터 노래에 모든 것을 걸게 됐고 음악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보람으로 서른다섯 생애를 견디게 됐다.”  


<미스터트롯> 진(眞)-임영웅도 그렇지만 둘은 본래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였다. 이걸 이상적인 변신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생존을 위한 도전이라 여기나.

“할 게 없어서, 뭘 해도 안 돼서, 트로트를 부른 게 아니다. 무명 시절이 힘든 건 수입이 적어서 겪는 곤궁함 때문이 아니라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서 느끼는 소외감 때문이다. 일찌감치 성악은 포기했지만 할 수 있는 게 내겐 노래뿐이었다. 나 스스로 일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한 것은 분명 음악의 힘이다. 학부 조교가 온라인에 올린 내 노래 영상을 본 제작팀에게서 연락이 와 <쇼바이벌>에 나가게 됐고, 그게 가수 인생의 시작이 됐다. 그 후 록밴드부터 댄스 가수까지 여러 장르에 도전하게 됐다. 목소리에 엘레지 톤이 어려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지난해부터 트로트에 정식으로 뛰어들게 됐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게 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음반 중 조수미 선생님의 앨범만을 듣던 어린 시절부터 신해철 선생님께 발탁돼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스물한 살 가을과 <미스트롯2>에 출전을 결심하던 날의 돌연한 감정까지…. 모두가 다 내 인생을 결정짓는 사건들이다.” 


은가은을 가수라는 화려하지만 힘겨운 세계로 이끈 장본인이 신해철 선생이다. <미스트롯2>를 보지 못하고 떠난 스승을 생각하면 감정이 복잡해질 것 같다.

“선생님은 분명 톱7이 된 내게 클클 웃으시며 앞으로 마음 단단히 먹으라며 긴 조언을 시작할 거다. 고시원에서 지내며 연습실을 오가던 내가 불안해 보였는지 늘 심지가 굳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셨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금세 인연이 다하는 관계가 부지기수일 거라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는 많이 다른 이 세계에서 상처받거나 뒤처지지 않게 자신을 단련시키라며 처음의 웃음을 거두고 진중한 표정을 지으실 거다. 아! 왜 하느님은 좋은 사람만 먼저 부르시는지….” 


은가은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나.

“본명인 김지은보다 더 친숙하고 나답다. 사실 이 이름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가수 생활이 잘 풀리기를 희망하며 점집에서 얻어 온 예명이다. 이름에 ‘은’자를 넣으면 좋다고 해서 처음엔 전부 ‘은은은’으로 할까 하다 노래 가歌자를 넣어서 은가은으로 가는 게 좀 더 리드미컬하겠다 싶어 결정했다. 짧게 ‘응가’라고 불릴 때도 있지만 가수의 삶에 희망과 보람을 갖게 한 이름이라 그 원색적인 발음조차 기쁘게 들린다.”


지난 6월부터 BTN의 라디오 프로그램 <은가은의 티키타카>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체 불가의 예능감과 솔직함을 발휘하며 청취자와 소통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해 들려달라.    

“청취자들이 보내준 생생한 삶이 담긴 사연을 대할 때마다 웃음과 안타까움을 반복하는 일 자체가 즐겁다. 가끔은 스크립트를 내려놓고 내 개인적인 고민을 청취자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나를 찾는 전화가 끊임없이 오는데도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조급함의 정도가 점점 커지는 이유가 무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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