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인 더 시티

구름처럼 가볍고 바삭한 맛의 묘미 Fish & Chips

글 : 정동현 음식칼럼니스트  |   사진 : 장은주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는 그 자체가 영국이고 영국의 역사다. 생선과 감자튀김의 하모니가 포인트인 이 요리의 기원은 1800년대 영국이다. 브리스톨과 포츠머스항 인근에서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히던 대구와 영국인들이 쌀처럼 먹는 감자를 썼으니 영국을 대표할만 한 음식일 수밖에.

단순하지만 미묘한 식감을 살려내는 곳

 

피시 앤드 칩스는 산업혁명과도 궤를 같이한다. 산업혁명과 함께 목화를 짜고 남은 목화씨에서 뽑은 면실유가 미국에서 대량생산됐다. 이 기름에 튀긴 피시 앤드 칩스를 허기진 영국 노동자들이 사서 먹으며 철도로 통근했다. 

 

조리 자체만 보면 피시 앤드 칩스는 만들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외로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곳이 드물다. 이 단순한 음식이 가진 미묘한 포인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 이태원 ‘로즈앤크라운’에서 내놓는 피시 앤드 칩스는 원형에 가깝다. 해밀톤 호텔 뒤 언덕에 자리한 이 집에 들어서자 영국 펍 특유의 시큰한 냄새가 코 깊숙이 들어왔다. ‘로즈앤크라운’의 피시 앤드 칩스는 물 대신 맥주를 써서 튀김옷이 가벼웠고 따로 빵가루를 입히지 않아 겉이 매끈했다. 하얀 생선살의 무던한 단맛은 씹을수록 맛이 났다. 고추와 마늘을 넣어 매콤하게 맛을 낸 식초를 튀김에 뿌렸다. 소금과 후추도 조금 더 쳤다. 살짝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런던 프라이드’ 맥주를 뒤이어 마셨다. 지긋하게 위장을 누르는 포만감이 들었다.

 

▲ 피시 앤드 칩스 1만 4900원, 코티지파이 9900원.  

 

 

가볍고 바삭하게 변형된 맛의 원형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자리를 옮기면 언주역 뒤편에 ‘올드캡’이 있다. 포장과 배달만 하는 이 집은 피시 앤드 칩스, 피시버거, 햄버거 등을 주력으로 한다. 작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햄버거 번까지 직접 굽는다. 먼저 피시버거(Fish Burger)를 입에 넣었다. 로메인상추, 양상추, 할라피뇨가 아삭하고 상큼한 역할을 했다. 한입 크게 베어 물자 고기를 쓴 햄버거와 다른 맛이 다가왔다. 기름기를 무기 삼아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 없었다.

 

이곳의 피시 앤드 칩스는 엄연히 말해 전통 영국식은 아니었다. 주인장의 설명을 들으니 처음 호주에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전통에 가까웠으나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 조리법을 바꿨다고 했다. 생선 튀김은 튀김옷을 얇게 입히고 그 위에 빵가루를 묻혀 가볍고 바삭한 맛을 만들었다. 담백한 생선살이 얌전히 이에 씹혔다. 황금빛으로 익힌 감자튀김은 과하게 익혀 겉이 딱딱하거나 덜 튀겨서 눅눅하지 않았다. 대신 먹을 때마다 라켓에 맞고 쭉 뻗어가는 테니스공처럼 맑은 타격음이 들렸다. 소파에 등을 기대 누워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 피시 앤드 칩스 1만 900원, 피시버거 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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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 ‘돼장’의 피시 앤드 칩스. 오징어먹물을 사용해 그 빛이 까맣다.

 

바다와 육지의 에센스가 담긴 피시 앤드 칩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가면 ‘돼장’이라는 집이 있다. 돼지와 장어를 합성해 이름을 지은 이곳은 말 그대로 돼지와 붕장어를 판다. 그러나 바다와 육지의 맛을 함께 낸다는 이 집의 콘셉트에 걸맞게 아주 근사한 맛의 피시 앤드 칩스가 메뉴에 올라있다. 흰살 생선 대신 장어를, 감자 대신 가지를 사용한 피시 앤드 칩스다. 오징어 먹물을 써서 검정빛으로 튀겨낸 장어와 가지에 유자 타르타르 소스를 함께 냈다. 구름처럼 가볍게 부풀어 오른 튀김옷이 한낮의 꿈처럼 부서졌다. 튀김옷 속 장어는 담백했고 열기를 품은 가지는 단맛을 냈다. 유자 타르타르 소스는 레몬과 달리 향이 달콤했다. 바다와 육지의 에센스만 모아놓은 듯 먹을수록 힘이 났다. 그때쯤 알게 되는 것은 피시 앤드 칩스의 묘미다. 최고의 열량을 내기 위해 가용 가능한 자원을 끌어 모아 간결하게 조리한 효율성.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복잡함을 제거한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가벼운 말 대신 울퉁불퉁한 근육을 써서 세상을 살던 이들의 음식이었다. 

 

▲ 피시 앤드 칩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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