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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우울증 내가 잘 아는데 쫄지 말고 이거 한 번 해봐

의사들의 자기 전공 질병 예방법 / 치매·우울증 편

글 :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   글 : 이헌정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사진 : 셔터스톡

나이가 들면 가장 걱정하는 병이 치매다. 그리고 현대인의 자살 원인 1위가 우울증이다. 두 질병의 공통점은 겉으로 보기에 질병 유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호는 치매 전문 신경과 교수와 우울증 전문 정신과 교수가 자신의 전공 질병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예방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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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30년 치매 학자 “뇌건강 위해 외국어 배워요”

 

필자는 지난 30년간 치매 환자 진료에 진력해 왔다. 의사들 사이에는 자신이 전공하는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두뇌 건강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치매 학자로서 내가 힘쓰는 치매 예방법을 소개한다.

 


성인된 후 외국어 학습하면

평소 안 쓰던 뇌 영역까지 활용

 

치매는 두뇌 기능 이상에 의해 발생하므로 두뇌 활성화를 통해 신경세포 및 그들의 연결망인 신경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치매 예방 첫걸음이다. 교육 훈련, 학습과 같은 적극적 두뇌 활성화를 일정 기간 이상 지속하면 시냅스 재구성을 통해 신경 네트워크가 촘촘해진다. 이를 ‘인지 예비능’이라 한다. 이는 마치 평소에 저축을 많이 해두면 경제적으로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가 쉬운 것과 같다. 인지 예비능이 커질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인지 예비능을 키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외국어 학습이다. 2013년 미국신경의학회지에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한 가지 언어만 쓰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낮으며 설사 발생하더라도 4년 내지 5년 늦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큰 화제를 모았다. 60세 이후 5년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2배씩 증가하니, 평생 이중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치매 발생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은 영어와 불어, 둘 다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과 영어와 힌두어를 사용하는 인디아 지역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평소 모국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외국어를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다르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학습하면 평소 사용하지 않던 뇌 부위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중 언어 쓰면 치매 위험 반으로

치매 위험 낮추고 증상도 늦춰

 

치매에 관한 국제 학술 대회는 보통 미국과 유럽에서 격년으로 개최된다. 필자는 국제 학회 개최 장소가 결정되고 학회 참석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6개월 전부터 그 나라 언어 학습을 시작한다. 불과 반년 정도의 외국어 학습으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될 리 만무하지만 현지인들과 간단히 인사하거나 식당에서 음식 주문 등을 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특히 이탈리아어 학습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나라 장수촌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치아롤리(Aciaroli)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작은 어촌인데 100세 이상 건강 노인 비율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선진국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은 0.04%이고, 일본이 0.06%로 가장 높다. 그런데 인구 800명의 어촌인 아치아롤리는 11%를 넘는다. 더구나 그들은 심장병, 뇌졸중 그리고 치매 발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의학계에서 이 ‘건강 노화’의 비밀을 캐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미국 샌디에이고대 노인의학 연구팀이 주관하고 있는 건강 100세 노인들의 의학적, 생물학적 특성 연구에 우리 병원 연구팀도 합류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학술 세미나와 현지 방문에 참여하고 있는데, 현지인들과 이탈리아어로 의사소통해야 하는 일이 많아 뒤늦게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중 언어를 오랫동안 사용해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에게서 언어 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은 물론 집행 기능에 관여하는 전두엽이나 기저핵 부위도 활성화되는 것이 최신 뇌영상 기법 연구에서 확인됐다. 관련된 대뇌 피질 두께가 증가하거나 인지 기능 관련 연결망 강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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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 생겨

신경 퇴행, 뇌 위축 완화도 효과

 

이렇게 이중 언어 구사에 의해 인지 기능 관련 신경 네트워크가 강화되면 노화 및 신경 독성 단백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신경 퇴행과 뇌 위축 정도도 완화됨으로써 치매 예방을 가능하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 10%에게서 치매 및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적어도 증상이 처음 나타나기 20년에서 30년 이전부터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이 뇌 조직에 쌓이기 시작한다. 이 시점을 발병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거꾸로 생각해, 병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킬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두뇌 인지 예비능을 강화하면 치매 발생에 대한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외국어 학습이다. 필자가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어 배우기에 도전하여 치매를 예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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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당뇨 앓으면 주인도 당뇨 위험 커


요즘 한강공원에 나가 보면 사람 반, 개 반이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특징이 있다. 개 주인이 뚱뚱하면 개도 비만하다. 통상 엄마·아빠가 뚱뚱하면 그 집 아이가 뚱보인데, 요즘은 그 집 개가 비만해진다. 개 주인이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면, 개들도 덩달아 실컷 먹고 움직이지 않는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 질병을 개 주인이 닮는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개를 키우는 중년 이상 약 18만 명을 대상으로 국가 건강 기록과 동물 의료보험 자료를 토대로 양자의 질병 상태를 6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에 걸린 개를 기르는 사람은 안 걸린 개를 기르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3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개와 주인이 신체 활동과 식생활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는 개와 사람의 장내 세균, 공해, 환경호르몬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당뇨병을 앓는 주인이 기르는 개는 당뇨병 없는 주인이 기르는 개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8% 높게 나왔다. 서로 당뇨병 발생 취약성이 공유된다는 얘기다. 인간과 개가 1만 5,000년 이상 함께 살면서 형성된 생활 습성과 환경 요인이 당뇨 위험도 공유하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개는 주로 7〜10살 때 당뇨병에 걸린다. 치료로 인슐린 주사를 평생 맞는다. 개가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싸며,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 당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체중은 당뇨병 위험 요인이니 개 다이어트 약을 비만견에게 써봄 직하다. 개들을 위한 약물은 동물실험이 필요 없다. 약효와 안전성이 이미 사람을 통해 입증된 약을 개에게 쓰기 때문이다. 개가 주인인 세상 같지만, 반려견과 사는 사람은 건강 수명이 더 길고, 치매나 우울증도 적게 걸리니, 앙리·돌리·쫑이 모두 가족같이 고마운 존재다. 이제 인수(人獸) 공동 장수 시대를 위해 ‘견인공로(犬人共勞)’할 때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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