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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갔던 전어가 돌아왔다 고등어를 날로 한 번 먹어볼까?

글 : 손수원 월간산 기자  |   사진 : 조선일보DB

가을바람을 타고 전어 굽는 냄새가 날아든다. 연탄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전어 꼬리를 잡고 대가리부터 입에 넣어 한입 베어 물면 비로소 내 마음도 가을에 젖어든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전어와 고등어를 굽다 보면 그 고소한 냄새에 가을밤 깊어가는 줄도 모를 일이다.
전어는 가을을 부르는 생선이다. 청어목 청어과인 전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종으로,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남북으로 회유한다. 겨울에는 제주도를 비롯한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살면서 여름이 되면 알을 낳는다. 이때는 지방을 비롯해 대부분의 영양분이 빠져나가 비린내가 나고 맛도 떨어진다. 
 
하지만 산란을 마친 후 먹이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8월부터 조금씩 살이 차올라 9월 이후에는 지방 성분이 봄여름보다 최고 3배까지 높아져 고소한 맛이 절정에 이른다. 그래서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잡히는 전어를 ‘가을 전어’라 하며 식도락가들에게는 가을에 꼭 먹어야 하는 별미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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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 후 가을에 가장 맛이 좋은 전어
전어는 예부터 맛 좋기로 소문난 생선이었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라는 생선도감에서 전어를 두고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 좋아해 사 먹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불렀다’고 썼다. 또한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기름이 많고 달곰하다’고 했다.  
 
전어는 그에 얽힌 속담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것이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이다. 기름기 많은 전어 굽는 냄새가 어찌나 좋은지 집이 싫어 나간 며느리도 그 냄새에 혹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며느리는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집에 돌아왔건만 맛 좋은 전어를 쉽게 내어줄 리 만무,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은 좀 매정하게 들리기도 한다.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 ‘가을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 등의 속담 또한 전어의 고소한 맛을 비유한 것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는 죽기로 결심한 사람의 마음마저 돌려 세운다.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 다리에 올라간 남자 앞에서 주인공 성찬은 번개탄에 전어를 구우며 “지금 돌아가시면 전어 맛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아시지요?”라며 그를 회유한다. 마침 전어가 많이 나는 경남 사천이 고향이던 그 남자는 “내리 가드라도 이건 다 묵고 내리 가야재!”라며 다리에서 내려와 전어구이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받는다. 
 
전어는 최대 30㎝까지 자란다. 전어가 너무 크면 맛은 더 고소하지만 뼈가 억세 먹기 불편하다. 반면 너무 작으면 살이 푸석푸석해 맛이 없다. 가을에 잡는 전어는 15~20㎝ 정도로 살은 차지고 뼈는 연해 딱 먹기 좋은 크기다. 
 
뼈째 썰어 먹는 횟감용은 15~20㎝ 정도 크기가 좋고, 구워서 먹을 거라면 씨알이 큰 놈이 좋다. 대가리와 내장을 통째로 먹을 수 있다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전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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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회무침도 좋지만 
연탄불에 구워 먹으면 별미
전어는 성질이 급해 자연산은 수족관에서 이틀 이상 살지 못한다. 갓 죽은 전어라면 회를 떠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신선함을 따진다면 서천 홍원항이나 전남 광양항, 사천 삼천포항 등 전어를 잡아 막 가져오는 포구에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전어는 구이나 회무침 등으로 먹는다. 굵은 소금을 툭툭 뿌려 연탄불이나 참나무 숯에 은근히 구워 내는 전어구이는 최고 인기 메뉴. ‘전어 좀 먹을 줄 안다’는 사람은 대가리부터 내장까지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입에 넣어 뼈째 오물오물 씹으며 고소함을 즐긴다. 
 
뼈째 두툼하게 썰어 낸 ‘뼈꼬시(세꼬시)’는 깻잎을 깔고 매운 고추와 마늘을 얹어 된장을 발라 싸 먹는 것이 정석이다. 살 자체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자극적인 초장보다는 된장이나 막장이 더 어울린다. 회를 뜬 후 냉장고에 몇 시간 정도 놔두면 숙성되어 고소함과 감칠맛이 더해진다. 
 
내장은 젓갈인 ‘전어속젓’으로 담가 먹는다. 전어속젓은 담근 지 보름쯤 지나면 익는데, 먹을 때는 풋고추와 다진 마늘,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친다. 남도 지역에서는 완두콩만 한 전어 위(胃)를 따로 모아 젓갈을 담가 먹었는데, 이를 ‘전어밤젓(돔배젓)’이라 한다. 호남 지방에서는 김치·깍두기를 담글 때 전어를 통째 넣기도 하는데, 이 전어 김장 역시 별미 중의 별미다. 
 
전어회를 잘게 썰어 깻잎, 미나리, 오이, 무 등 갖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린 전어회무침도 별미다. 새콤달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은 막걸리 안주로 딱 좋다. 고등어처럼 조려 먹는 전어조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밥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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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낚시철, 손맛도 회 맛도 좋아
‘국민 생선’이 제철을 맞았다.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9~11월의 고등어는 식도락가에게는 놓칠 수 없는 별미다. 고등어 역시 전어와 마찬가지로 가을에 살을 찌운다. 이때의 지방 함량은 평소의 두 배를 웃돈다. 고등어의 지방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인 DHA, EPA이기 때문에 살찔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이즈음 강태공들은 고등어 낚시를 위해 바다로 나선다. 우리나라 삼면 바다 어디에서나 고등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서산B지구방조제의 끄트머리에 있는 당암포구다. 이곳은 천수만을 앞에 두고 있어 우럭과 송어, 고등어 포인트로 인기가 좋다. 
 
산란을 끝낸 고등어는 먹이에 대한 공격성이 강해진다. 눈에 보이는 먹이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무는 시기여서 루어(가짜 미끼)만 달아도 고등어가 달려 나온다. 
 
고등어 낚시 포인트는 조류 소통이 원활한 방파제 끝 부분이다. 수면을 잘 살피며 멸치 떼가 튀는 장소나 갈매기가 날고 있는 부근을 집중 공략하면 된다. 밑밥을 뿌려 고등어를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 고등어가 무더기로 돌아다닌다면 바늘이 여러 개 달린 카드채비에 크릴(미끼용 새우)을 꿴 후 던지면 고등어가 줄줄이 달려 나오는 ‘대박’을 칠 수 있다. 
 
당암포구를 비롯해 서산B지구방조제, 안흥항, 마도방파제, 마검포항 등의 고등어 포인트에서는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편하게 고등어 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유료로 운영하는 좌대낚시터(가두리낚시터)를 이용해 볼 만하다. 자연 바다에 비해 파도가 별로 없고 물고기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어 초보자들이 즐기기에 좋다. 조금 더 스릴 있게 고등어를 낚아보고 싶다면 낚싯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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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살살 녹는 식감
고등어회는 먹어본 사람만 아는 별미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살살 녹는 식감은 미식가들이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가 된다. 고등어는 성격이 급해 잡으면 곧 죽어버리므로 고등어가 살아 있을 때 즉시 피를 빼고 포를 뜬 다음 소금물에 씻어 기름기를 적당히 제거한 뒤 회를 떠 먹어야 한다. 기름기 가득한 고등어회는 별도의 간을 하지 않고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고소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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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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