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라이프

세금 폭탄과 올해 집값, 다주택자 매물 쏟아내면 집값 하락?

글 : 김홍수 조선일보 논술위원  |   사진 : 조선일보DB

24번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정부는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들이 주택 한 채를 팔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도록 했다. 종부세와 양도세가 거의 폭탄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앞 다투어 집을 내놓으면 공급이 늘어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과연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일까?
올해 다주택자의 종부세가 최고 3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율도 대폭 인상돼 2주택자는 양도 차익의 최대 71.5%, 3주택자는 82.5%(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6월 이전에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아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변수가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28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한 채씩 내놓으면 100만 채 이상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종부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이 없어진 임대주택, 법인 소유 주택 매물까지 가세하면 다주택자 매물 폭탄발(發) 집값 하락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과연 정부 기대대로 움직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팔았다 후회’ 작년 6월 학습 효과

정부는 2019년 12월 종부세 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을 골자로 한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 6월 30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했다.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도하는 조치였다. 서울은 데드라인인 작년 6월 아파트 매매 건수가 1만 3911건으로 5월(7568건)보다 84% 급증하긴 했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5월보다 0.13% 올랐다. 매매가 늘어난 지역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강남 3구 매매 건수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노원·도봉·강서·구로·동대문구 등 서울 변두리 중저가 아파트는 2~3배씩 거래량이 늘었다. 마치 외국인이 던진 주식을 동학 개미들이 다 받아내는 것처럼 다주택자 매물을 ‘패닉 바잉’(panic buying)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다 받아낸 것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그때 집을 판 다주택자들은 매도 후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자 땅을 치고 후회했다”면서 “작년 6월 학습 효과도 있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강하기 때문에 이번엔 버티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주택자들은 A씨처럼 매도보다는 증여로 응수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중 주택 증여 건수가 전국적으로 8만 1968건에 달했다. 2019년 같은 기간 증여 건수(5만 8117건)보다 41% 급증한 것이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 3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5726건으로 서울 전체 증여의 30%를 차지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은 “은행 PB고객 다주택자 중 40%는 임대 사업자로 등록돼 세금 문제가 없고, 30% 가량은 이미 증여를 끝낸 것 같다”면서 “나머지 고객 중 상당수가 올해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6월 이전에 증여를 마무리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수요자들 임대·법인 주택 매물 다 받아내

작년 상반기 중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종부세 절세 혜택을 노리고 법인을 설립해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 1만 8000건에 달했다. 정부는 이들을 겨냥해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2021년부터 최대 45%로 올리고 종부세율도 6%로 올리는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세금 압박과 시한에 쫓긴 다주택자들이 연말까지 법인 매물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패닉 셀링’(panic selling)은 없었다. 작년 11월 서울에서 거래된 법인 아파트 매물은 223건에 불과했다. 법인 다주택자를 살려준 것은 임대차2법이었다. 법인들이 전세가 급등 흐름에 올라타 세금 부담을 전·월세에 전가했고, 전세가 급등이 매매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까지 작용해 다수가 ‘버티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민간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된 주택 46만 가구도 정부가 기대하는 매물 폭탄이다. 이들에게 올해부터 종부세 부담이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25%에 그치고, 지방 〉 수도권 〉 서울 강북권 순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서울 집값을 끌어내릴 변수는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전세난 탓에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가 늘어나면서 임대·법인 주택 매물도 나오는 족족 소화되는 형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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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서울시장 선거 지켜보겠다”는 다주택자들

다주택자들의 버티기가 4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많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다음 대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정책 변화’를 기대할 것이란 주장이다.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 고객 중 ‘서울시장 선거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면서 “정권 교체가 되면 양도세, 종부세 감면 정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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