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인터뷰

참된 인생의 승부사에 도전 중! 축구왕이 된 태권브이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숱한 대회를 석권했던 전직 태권도 선수 이대훈이 발차기 터닝슛을 터뜨리며 ‘어쩌다벤저스’의 강원도 도장 깨기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제32회 도쿄올림픽의 메달 없는 도전이 은퇴로 이어지면서 태권도 황제의 활약상이 묻히는가 싶었지만 그는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2>의 필드를 불꽃 슈팅으로 평정하며 태권브이의 시들지 않은 서슬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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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되기 위한 자신감 쌓기


반듯한 생김처럼 그는 차분하고 조용하며 다감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외모와 달리 충격적인 점수 차를 만들어내는 변칙적인 뒤차기와 상대 선수를 맥없이 쓰러뜨리는 가차없는 얼굴 공격은 그의 천성을 뒤엎는 치열한 훈련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기고 싶고 꼭 이겨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막상 이기고 나면 패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불편해하던 이 선량한 승부사에게 ‘어쩌다벤저스’는 좀 더 유능하고 자신감 있게 승부에 임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최다 골을 보유한 ‘뭉찬팀’의 황금 에이스지만 그의 자신감은 멤버들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카바디, 스켈레톤, 라크로스, 노르딕-복합 등 이름만으론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없는 비인기 종목 출신 키커들의 진짜 무기는 자신에 대한 믿음에 있다. 


이대훈은 경쟁하듯 내뿜는 그들의 강한 에너지와 캐릭터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이내 부러워하게 됐다. 잘난 척하고 허세도 들어있지만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씩씩하게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는 게 요즘 그의 생각이다. 자만으로 넘어가지 않는 절제된 자신감만큼 매력적인 건 없기 때문이다.  


13년간 태극마크를 지키며 아시안게임 3연패 위업을 비롯해 제30회 런던올림픽 은메달과 제31회 리우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태권도 선수가 그들에게 밀릴 이유는 조금도 없다. 오히려 이대훈은 이들보다 더 많은 지옥 훈련을 견디며 패배의 순간을 승리의 상황으로 뒤집어낸 승부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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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새파란 서른 살 


은퇴 이후 지난 1년 동안 그는 코칭스태프가 세운 훈련 스케줄 대신 자신이 짜놓은 계획표대로 박사 논문을 쓰며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해오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공부를 하고 논문을 얼마만큼 더 완성할지를 정하지만 그 생산성과 능률이 선수 시절에 비해 사뭇 떨어지는 것에 불안해질 때가 있다. 


금메달을 놓치고도 올림픽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건 아니라며 승자의 손을 치켜올려 주던 그 여유가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 인생이란 게 ‘준비’와 ‘시작’ ‘그만’이라는 심판 구령으로 진행되는 태권도 경기보다 훨씬 격하고 난해하다는 것을 말이다. 수많은 인연과 우연, 절연과 시작 속에서 삶의 무상함을 경험하게 되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는 세상을 우직하고 유연하게 대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에게 운동선수라는 본분과 운명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어서 ‘어쩌다벤저스’의 훈련과 촬영이 있는 날은 긴장과 함께 생기가 되살아나 연애를 하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흥겨워진다. 조깅과 웨이트 트레이닝, 볼 훈련 등 각각의 운동이 이토록 재미있었던가 싶어 더 격렬하게 내달리며 킥을 날려본다. 이어 전속력을 다해 달려오는 상대 선수를 향해 몸을 날려 견제에 나서는데 그 충돌이 아프고 뻐근하기보단 팽팽한 탄력간의 기분 좋은 부딪힘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제 막 이립(而立)의 관문에 들어선 새파란 서른 살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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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대훈은 <뭉쳐야 찬다2>의 필드를 발차기 터닝슛과 태권브이 체력으로 평정하며 ‘어쩌다벤저스’를 대표하는 로스터로 활약 중이다. 2 가차 없는 발차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68㎏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결정짓는 순간이다. 3 축구 예능의 에이스답게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등번호 77번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인 7월 7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결혼 초기엔 선수촌 생활과 전지훈련 등으로 몇 달씩 떨어져 지내야 했다. 오랜만에 집엘 가면 아내는 부상 없이 잘 지냈느냐는 안부보다 전등이 고장 났다, 리모컨 작동이 안 된다며 수리해 달라는 얘기를 잔뜩 늘어놓곤 했다. 등을 갈거나 건전지를 교체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들을 그때그때 해결하지 않고 바쁜 나만 보고있는 게 의아스러웠는데 내게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이란 걸 알게 됐다. 지금도 본인이 혼자 가도 될 곳을 꼭 함께 가야 한다며 일부러 내가 오길 기다리거나 나 혼자 가도 충분한데 같이 가자며 따라나서는 아내를 보면 내가 늘 옆에서 위해주고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른 살이 된 것에 대해 어떤 감회를 갖고 있나.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 해야 할 의무는 서른 살이 된 지금보다 결혼을 했던 스물여섯 살에 더 많이 행했던 것 같다. 아기를 낳는 일, 집을 얻는 일, 양쪽 집안 어른들의 뜻을 헤아리는 일… 모두 다 서툴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일은 마흔 살이 됐다고 해서 더 능숙해지는 게 아니다. 열 살, 스무 살 이상의 연장자인 선배와 지도자도 처음엔 어렵고 거리가 있지만 함께 훈련하고 대회를 다니다 보면 나이라는 차이가 다 허물어지고 친구가 되기 마련이다.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의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차이는 있지만 나이가 많건 적건 사람은 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니까 말이다.” 


은퇴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언가?

“현역 시절엔 알람 소리에 깨어나 코칭스태프가 정한 일정대로 훈련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내가 정하고 추진한다. 피곤하면 잠을 더 자도 되는 자유로운 상황인데 몸은 더 찌뿌둥하고 일정은 루즈해져서 답답할 때가 많다. 스스로 정하고 추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 내가 정하고 선택한 것에 확신을 갖는 게 더 시급하다.” 


태권도가 가르쳐준 깨달음은 무언가.

“손과 발이 눈보다 더 빠르다는 것. 상대 눈을 보고 겨루기를 하면 이길 수가 없다. 발을 보면 손에 당할 수 있고 손을 주시하면 발 가격을 놓치게 된다. 상대의 중간쯤인 보호구를 보고 경기를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공격과 수비가 0.1초 안에 순식간에 이뤄지지만 그 짧은 찰나에도 처음과 중간, 끝이 구분돼 있다. 그 과정을 끝까지 다 지켜본 후 대응해야 반격을 할 수 있다. 여유를 갖고 집중해야 하는 너무도 복잡한 구조다. 오랜 훈련만이 그런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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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벤저스’에서 만난 동료에게서 느끼는 

운동선수만의 특성은 무언가. 

“일상 하나하나를 메달을 놓고 벌이는 경기처럼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을 꼽을 수 있다. 빨리 뛰고 멀리 차고 상대를 무너뜨리며 불편하게 만드는 전투적이고 적자생존적인 상황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철두철미하고 노련한 구석이 많다. 물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는 익숙하지 않지만 상황을 판단하거나 개진하는 데는 누구보다 빠르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나.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그러니까 말도 많이 건네며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하고 신중한 태도가 멋있게 보일 때도 있다.”  


운동을 이토록 좋아하는데 왜 은퇴를 했나.

“제33회 파리올림픽을 기다려야 하는 3년은 너무 길고 메달의 가능성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새 얼굴을 위해 내 자리를 양보하는 게 옳다고 본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준비하고 계획해 왔다. 공부를 많이 해보지 않아 진척이 더디지만 그런 지지부진함이 더 많은 것을 얻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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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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