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인

희망 전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지금 세 아이 아빠로 가장 행복해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사진 : 이경호

1997년 TV 브라운관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가 최근 리바이벌 방영되며 밤무대 차력사인 주인공 ‘병달’을 연기했던 이상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최근 <복면가왕>과 <아침마당> 등에 출연해 고향 밀양에서 세 아들을 키우며 자연에 흠뻑 취해 지내는 일상을 선보였으며, 무예와 노래 등에 능한 만능 엔터테이너의 재기를 마음껏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상인은 인기 연예인보단 삼 형제의 좋은 아빠로 사는 게 더 우선인 듯싶다. 레고보다 텃밭의 진흙을 더 좋아하는 세 아들과 함께 가을의 문턱에 선 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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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삶은 성공한 것일까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얻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고 울 밑에 텃밭을 가꾸며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 배우 이상인의 소박하면서 원대한(?) 바람들이다. 데뷔 초기 출세작인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이후 그는 주인공 병달에 비견할 만한 배역을 더는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상인은 자신의 바람들을 대체로 이룬 셈이다. 특히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아내와 세 아들을 키우며 온종일 웃음꽃을 피우며 지내고 있는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자두나무와 맥문동이 자라고 있는 배우 이상인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마당 한쪽에 마련한 간이 수영장에서 세 아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생후 9개월인 막내 진서를 안고서 허리에 매달리는 여섯 살 서호, 네 살 도연이의 눈을 맞춰주는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즐겁기 그지없었다. 


이상인은 올해 51세를 맞으며 지천명(知天命)의 궤도에 올라섰지만 어린 세 아들과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은 마흔이 채 안 된 은은한 젊음으로 가득하다. 파랑새만큼이나 날렵하고 순수한 모습을 지닌 브라운관의 총아이자 <출발드림팀>의 ‘민첩한 엄친아’였던 그가 여의도에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낙향을 결심한 계기는 무얼까. 그는 그 연유를 마흔일곱 늦은 결혼을 통해 얻은 아이들을 좀 더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키우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다. 2년 간격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아내에게 육아의 책무까지 떠맡기는 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옹알이를 하며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 과밀한 도시를 떠나는 게 정답이지 싶었다. 여름엔 밀양강 지류의 개울로 소쿠리와 뜰채를 들고 나가 온종일 미꾸라지를 잡느라 새까맣게 그을렸고, 겨울엔 용이 그려진 연을 하늘에 띄우며 영남루와 운문산으로 내달리느라 양 볼이 빨갛게 트던 유년의 추억을 자신의 아이들도 똑같이 경험했으면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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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밀양에 산다 


그는 영화 <와호장룡>의 고수들처럼 하늘을 날거나 물 위를 걷는 것보다 현실에 발을 붙이며 고만고만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게 더 어렵고 기적 같은 일이라 여긴다. 성룡과 같은 세기의 액션 배우가 되고픈 꿈을 마음속에 키우며 학창 시절을 보내다 마침내 밤무대 차력사인 병달을 연기하는 배우가 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들여 이룬 그 결실을 내려놓고 소도시의 행복한 범부(凡夫)로 변모하게 한 아이들의 존재가 참으로 대단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는 이 같은 삶의 기적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눈을 뜨는 아침마다 감사의 기도를 올리곤 한다. 그새를 기다려주지 않고 달려와 입을 맞추며 무등 태워달라고 보채는 아이들 탓에 그 짧은 기도는 중도에 끝나버리기 일쑤지만 이상인은 품안의 아이에게서 나는 온기와 살 냄새가 너무나 좋아 더 힘껏 안아올리게 된다. 말귀가 통하지 않는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집 안은 아수라장이 돼버리지만 오히려 그들을 의지하며 사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아이들이 자신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감격하고 만다. 


배우답게 그는 좋은 음성을 갖고 있다. 퇴비와 거름을 뿌려 비옥해진 땅을 쟁기로 갈아엎을 때 나는 쨍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막내의 이름을 부른다. 51세라는 나이란 어쩔 수 없어선지 셋째 이름을 선뜻 말하지 못하고 서호야! 도연아! 진서야! 하며 첫째 이름부터 부르는 나이 들어가는 아비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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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인기를 뒤로하고 낙향한 이유는?

“아이를 교육시키는 데 ‘좋은 학군’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자연의 섭리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 나이가 들어 더 큰 공부를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랑새는 있다>의 차력사 병달이 적역이었던 만큼

아이 셋쯤 들고 업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 같은데…. 

“쇠를 구부리고 벽돌을 격파하던 연기는 스물여섯 시절의 일이다. 오십견이 온 건 아니지만 이제 관절염을 걱정해야 할 나이가 아닌가. 점점 무거워지는 아이들을 안고 내리고 할 땐 ‘끙’ 소리가 절로 난다. 희한한 건 운동할 땐 아무렇지 않다는 점이다. 국선도의 건곤단법과 원기단법에 있는 몸동작과 호흡법은 꽤나 힘든 몸놀림을 필요로 하는데 오히려 이런 수련을 하고 나면 어깨 결림과 무릎 통증이 가시는 걸 느낄 수 있다.” 


최근 <파랑새는 있다>가 재방영됐다.

25년 전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 감회가 드나?

“나이를 참 많이 먹었다는 생각. 그 드라마를 잘 해내기 위해 명동의 나이트클럽에서 실제 차력사들과 섞여 생활하면서 느꼈던 활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건 처음엔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깊은 관계가 되어 극을 마무리한 백윤식 선생님이다. 정말 다정하고 또 인간적인 분이셨다. 내 뒤에서 막춤을 추던 김성희 누나의 특별한 개성도 그리운 대상 중 하나다. 솔직하고 거침없고, 그러면서도 정 많은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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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그리워하는데 왜 연락해 만나지 않나?

“글쎄… 낙향한 지 벌써 4년이 되었지만 중학교 동창을 일부러 찾은 적도 없다. 지난 인연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을 알아가고 정을 들이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에 나가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머스캣 포도와 가지, 오이, 딸기, 수박,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작물을 제대로 수확하려면 급히 서둘러야 할 때가 많아 늘 분주한 편이다. 꾸지뽕 열매를 10년 이상 숙성시켜 효소를 만들고 있는데 그 제품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세 아이의 모습과 함께 바쁘게 지내는 일상을 부지런히 유튜브에 담고 있는데 '이상인TV'를 켜면 밀양의 창공을 날아다니는 파랑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결핍이란 게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배우로서의 소양이나 자질, 무도인으로서의 인내 등 여러 부분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잠시 시도했던 가수의 길도 그저 그랬다. 별 노력 없이 명문대에 입학을 한 것도 그렇고 여러 방면에 잔재주를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프로의 세계에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대중과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밀양에선 여전히 스타다.

“그건 참 고마운 일이다. 인구 10만의 소도시지만 밀양은 대도시 못지않은 문화적 기반을 갖고 있는 곳이다. 밀양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 근사한 건물인 밀양아리랑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의 진행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얼마 전엔 밀양의 대표적 독립투사 김원봉을 기리는 음악극이 무대에 올랐다. 그 무대에서 감히 나는 김원봉을 연기하며 애국과 충정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올여름 가장 특별했던 일을 하나 들려달라.

“음… 껍질째 담근 참외장아찌의 근사한 맛을 꼽겠다. 봄에 나는 냉이무침과 가지나물 순을 된장에 무친 걸 유독 좋아하는데 그것들을 더는 맛볼 수 없는 여름이 되면 무더위에 쉽게 입맛을 잃곤 한다. 이곳 밀양의 여름 날씨는 유독 뜨거워서 더 힘이 드는데 참외장아찌의 아삭아삭하면서 달콤한 맛으로 그 폭염을 이겨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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